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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융,경제

[옵션] ♥ 귀거래사 ♥

by sraa 2011. 8. 4.

제가 올해 들어서는 머슴 월급의 2배씩 매월 챙겨갔었는데

오늘 올해 번 돈을 모두 토해냈습니다.

그러니까 머슴살이급으로 치면 딱 1년치 연봉을 날린 셈입니다. 

다들 오늘 풋매도로 마진콜 당한 사람들 걱정을 해주던데 제가 바로 그 격입니다.

 

오늘 반등 예상하고 어제 장중에 대량으로 풋매도 치고서는

미국 아래꼬리 반등 니케이 반등 미국선물 강보합을 믿고 쾌재를 부르며 정리 안하고

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장 막판에 포기하고 던졌습니다.

내일 반등이 나올 망정 오늘을 견디지 못하게끔 하는 게 저들의 술책이니

지수를 결정하지도 못하고 예측하지도 못하는 처지로서는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.

 

오전 흐름이 이상하길래 점심 시간에 화면 열면서 

선물 플러스 나면 무조건 던지리라 마음 먹었다가 플러스 나는 것을 보면서도

혹시나 오후 강보합 수준까지의 반등과 막대한 이익을 상상하며 아차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는

그 때부터는 잠시의 손절 기회조차 안주는 하락.  

딱 2시간을 더 버티는 바람에 1년치 연봉을 날려야 했습니다.   

 

그간 11년 파생 거래하면서 몇 번 당했지만 이렇게까지 순간적으로 거액을 당한 적은 없었는데

간만에 네이키드 풋매도했다가 정확하게 24시간만에 총병력의 1/10을 24시간만에 잃었습니다.   

워낙 대량으로 매도쳐놓은 바람에 선물매도 헤찌나 풋 외가로 피신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 항복했습니다.  

 

이런 순간을 피하기 위해 11년간 나름의 거래 원칙들을 뼈에 새기며 살아왔는데도 

갑자기 실성을 했던지 이렇게 당하는군요.    

그간 스스로 머리도 좋고 깡도 있고 욕심도 자제할 줄 안다며 뿌듯해 했었는데

너무 허탈해서 기진할 정도입니다.   

 

추스리고 다시 해볼까라는 마음도 있지만 다시 덤빌 엄두가 도저히 나지 않습니다.

영원한 승리자로 남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.

파생으로 서울 웬간한 곳에 아파트 한 채 장만할 정도의 돈은 벌었으니

지금이라도 떠난다면 그래도 승리자인가요.

정확하게 98개월 거래했습니다.

물론 즐거움도 누렸지만 여러분도 아다시피 그간의 땀과 눈물로 친다면

그 아파트를 모두 채우고도 남을 것입니다.  

 

파생 은퇴 이유는 파생으로는 큰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.

알면서도 매월 월급외 수익을 월급보다 많이 가져간다는 단지 그 즐거움으로

온갖 생각을 욱 참고 매매해 왔습니다.   

그러므로 내 투자 환경과 매매 스타일로 본다면

오늘 잃어버린 금액은 연말까지 다시 땀과 눈물을 쏟으며 해야 겨우 벌 수 있는 금액입니다.  

아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. 아니 하기가 싫습니다.  

오늘 커다란 패배를 당하고 나니 그런 생활에 이젠 완전히 지쳐버린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. 

 

파란 약과 빨간 약 둘 중 진실을 알려주는 약을 선택했다가 파생에 접어들었습니다. 

젊어서 외국 생활을 수년간 하다가 뒤늦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진 것 없는 초조한 마음으로

파생에 접어들었습니다.

파생을 하면서 또 하나의 세상을 발견했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조차 바로 이 파생에서 배웠습니다.    

98개월간 그 긴 시간 동안 몇번의 패배를 제외하고는 어김없이 돈을 따가던 제가

은퇴 후에도 평생 파생으로 먹고 살리라 다짐하던 제가 이런 글을 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.

 

유명한 운동선수들도 은퇴할 때에는 승리의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 

왜 꼭 반드시라고 할 만큼 커다란 패배를 당하고 나서야 떠나는 줄 이제야 알겠습니다.   

 

파생판에서 울고 웃는 1만 5천명의 개미중에서 이제 한 마리가 떠납니다.

물론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. 떠나겠다고 마음 먹고 몇개월 거래를 쉰 적도 두어번 됩니다.

다시 하면 또 딸 확률이 100%는 물론 아니지만 매우 클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.

그런데 이제는 싫습니다.

 

내일 즉시 남은 병력 9/10을 파생판에서 거두어서 거래가 아닌 진정한 투자를 찾아보겠습니다.

9년치 연봉에 해당하니 투자처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.    

하루하루 아니 매시간마다 매분마다 울고 웃는 종국적으로는 잔여수명을 단축시키고야 마는 파생을 떠나서  

슛앤포겟할 수 있는 그래서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롱텀 투자처를 찾아보겠습니다.

 

그것은 골드가 될 수도 있고 친척들에게 소개받은 시골의 땅이 될 수도 있

펀드 매니저 팀장들에게 추천받은 우량주일 수도 있고

파생 덕에 세상 돌아가는 눈을 떴으므로 내 스스로 파악한 해외펀드일 수도 있고

엔젤을 찾아 헤매는 가능성 있는 벤쳐들일 수도 있습니다.

열거한 것들 중 몇 군데에 나누어서 할 확률이 현재로서는 제일 큽니다.

그나 이거저거 여의치 않다면 은행에 분산배치해야 할 지도 모르지요.

무엇이든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고 나름 행복할 것 같습니다.

 

내일 은행에 가서 전액 인출합니다.

일단 MMF에 넣고서는 느긋이 즐기면서 투자처를 알아보겠습니다.

느긋함을 이젠 즐길 나이도 된 듯 합니다.

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닿습니다.

여기를 떠날 뿐 또 다른 세계로 향하여 나아갑니다.    

 

사랑하는 동포 여러분.........

간혹 게시판에 흉도 남겼지만 친일파니 좌빨이니 경상이니 호남이니 모두 떠나서

모두들 외인 메이져들보다는 백배천배 이뻤던 여러분들....

안녕히 계십시오.

 

인연이 있다면 이 세상 어느 커피집 옆자리에서라도 옷깃을 스치며 웃을 것입니다.

그 순간 서로 알고 모르고는 중요치 않습니다.

 

사랑하는 여러분....

건강과 행복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.

NOT GOOD BYE JUST ADIOS.....!!!